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5. 1. 17. 07:14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 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 .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 .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띄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반가운 책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박두진의 시에 변종하 그림으로 구성된 시화집입니다.

1981년에 나온 책으로 고인이 되신 변종화 화백님의 동양화 같은 그림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새해 벽두에 감상하기에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을미년 양띠해를 맞이하여 새해 인사드립니다.

'해야 솟아라!'

다시 한번 힘을 모두어 지난 해의 어둠을 물리치고, 올해는 더욱 밝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빌어봅니다.

늘 건강하시고...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4. 7. 16. 22:30

시 읽는 CEO



나는 배웠다

      - 오마르 워싱턴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

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선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고 떠나야 함을.

더 못 가겠다고 포기한 뒤에도 훨씬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깊이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낼 줄 모르는 이가 있다는 것을.

내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남을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이 계속되듯 사랑 또한 그렇다는 것을.


가끔은 절친한 친구도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그래도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 사람이 다툰다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또 나는 배웠다. 때론 남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두 사람이 한 사물을 보더라도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 앞선다는 것을.

친구가 도와달라고 소리칠 때 없던 힘이 솟는 것처럼

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글 쓰는 일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

가장 아끼는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과

제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리고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 '20편의 시에서 배우는 자기창조의 지혜'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인생에서 도움이 될 만한 시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해설과 함께 사진 자료를 함께 구성하여 마음과 눈을 동시에 즐겁게 한다.

이 시가 특히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 있어서 한번 올려본다. 오늘 다시 보니 그땐 보이지 않던 구절이 또 보인다. ^^




감각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히치콕 스릴러의 환상적인 결합!

기욤 뮈소의 번째 소설 <내일> 평하는 말이다.

 

작가는 소설의 착상을 웹사이트가 어떤 방식으로 네티즌들을 위해 미래로 메시지를 보내줄지 취재한 기사에서 얻었다고 한다.

 

혼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하버드 대학의 철학 교수 매튜와 뉴욕에서 나가는 레스토랑의 와인감정사인 엠마.

우연히 야드 세일에서  중고 노트북을 매튜는 컴퓨터에 남아 있는 사진을 보내기 위해서 소유주인 엠마에게 메일을 보내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사람은 만나기로 하는데...

하지만 사람은 결코 만나지 못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자신이 소설을 쓰는 원칙 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하나가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소재의 독특함과 현실과 환상의 교묘한 배치로 독자들이 이야기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현실 속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을 계속해서 따라가게 함으로써 책장을 넘기게 하는 성공하고 있다.

또한 소소한 재미로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매사추세츠와 뉴욕 맨하탄의 거리 모습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저절로 그곳을 한번쯤 가보고 싶게 만든다.  

 

작가의 번째 원칙은 ' 마음에 닿는, 내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주제' 소설에서 다루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소설 <내일> 주제는 '밖으로 드러나는 커플의 모습과 속내가 얼마나 다른가'하는 것이다.

평생의 운명의 사랑이라고 믿었던 아내 케이트의 죽음 이후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들...

그로인해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고통 속에 빠지게 되는 매튜!

대학교에서 매튜가 했던 철학 강의의 주제가 "정신의 고통을 몰아내주지 못한다면 철학은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였는데, 자신에게 닥친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게 될까?  ^^

 

이번 책은  읽기 시작하자마자, 계속되는 반전과 반전을 쫓다 하루만에 숨가쁘게  끝냈는데,

작가의 의도대로 이야기속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되는 작품이다.